철을 주재료로 작업하는 박정서 작가가 ‘개구쟁이들의 유희’ 개인전을 ‘즈음갤러리’에서 열었다. 70여 점의 입체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가의 작품 속 철로 만든 개구쟁이들이 한데 모여 한바탕 놀고 있다.
다양한 동작으로 웃고, 장난치며 금세라도 뛰쳐나갈 듯 한 생동감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개구쟁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들도 어느새 미소를 지으며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한다.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조각임에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주는 이유는, 아이들처럼 자유롭고 천진난만해지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철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철, 그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
박정서 작가는 주로 철을 재료로 작업한다. 흙으로 소조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박정서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철로 이루어진다. 주변에서 구했던 각종 재료들과 오브제로부터 이제는 쇠를 자르고, 지지고, 연마하는 과정이 흙보다 편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학교 다닐 때는 여러 재료를 써봤어요. 그런데 젊었을 땐 형편이 어려워서 재료비 부담이 컸죠. 그래서 비교적 경제적인 철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작품을 하다 보니 손에 익고, 표현하기도 쉬워서 지금까지 계속하게 되었어요.”
박정서 작가에게 철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로 택한 재료만은 아니다. 자르고 붙이고 깎으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물리적 감각, 그리고 세월 속에서 녹슬고 변해가는 질감이 주는 생명력에 매력을 느끼며 철에 빠져든 것이다.
그리고 차갑고 딱딱한 철을 부드럽게 변환시켜 개구쟁이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연금술사가 된 것이다.
“철은 녹이 슬고 색이 바래지만, 그 변화가 또 하나의 멋이에요. 반짝이던 작품이 세월 속에서 새로운 표정을 얻는 게 참 흥미롭죠. 물질적인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제 작품을 보며 개구쟁이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면 좋겠어요”
인물에서 개구쟁이로, 그리고 ‘유희’로
박정서 작가의 작업은 처음엔 인물 중심에서 출발했다. 이후 부모, 형제 등 가족 단위를 표현하던 작가는 어느 순간 ‘가족’이라는 주제의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작품에 몰입하며 감정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작품을 한다는 것에 무게감을 느꼈던 박정서 작가는 그 무게를 덜어내고 자유롭고 싶었던 것이다.
“가볍게, 즐겁게 작업하고 싶었어요. 그때 떠오른 게 아이들이었죠. 천진난만하고, 제약이 없고, 자유롭잖아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개구쟁이 시리즈’다.
엉뚱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받아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박정서 작가가 표현하는 개구쟁이의 모습은 소박하고 편안하고 천연스럽다. 박정서 작가는 지난해 ‘개구쟁이의 꿈’을 통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선보였다.
올해는 그 ‘꿈’을 한층 더 구체화한 것이다. “작년엔 아이들의 꿈을 상상으로 표현했다면, 올해는 그 꿈을 현실화시켜서 마음껏 놀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개구쟁이들의 유희’, 말 그대로 놀이터 같은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꾸밈없이, 그냥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죠.”
차가운 철에 담은 따뜻한 마음
박정서 작가의 작품에는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주재료가 철인 작품에 색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박정서 작가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철에 색을 입혀 사람들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듯 차갑고 딱딱한 재료인 철 위에 색을 입혀 따뜻한 작품을 만드는 박정서 작가의 작업은 지난겨울부터 여름까지 이어졌다. 무거운 재료를 다루는 일이기에 육체적으로 고됐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작업하는 시간은 행복했다고 말한다.
“은빛의 차가운 철에 컬러를 더하면 느낌이 완전히 달라져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담기에는 그게 꼭 필요했어요. 그리고 철은 무겁지만, 아이들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요. 그 생각으로 버텼죠. 행복한 고생이었어요. 아이들의 아무 꾸밈없이 그냥 즐겁게 노는 모습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철은 차갑지만, 색을 입히면 따뜻해져요. 개구쟁이들의 웃음을 표현하기엔 그만한 재료가 없죠.”
개구쟁이들에게서 배운 자유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건 그거예요. 보는 사람이 잠시라도 웃고,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아이들과 함께 노는 기분으로 작업했거든요.” 작가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낸다.
아침부터 밤까지 작업하다 보면 사람 만날 일도 거의 없다고 말하는 박정서 작가는 자신이 점점 생각 속에 잠겨드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 박정서 작가에게 아이들을 주제로 한 작업은 하나의 치유이자 해방이 된 것이다.
“아이들 그림을 보면 어른은 상상도 못한 표현이 많아요. 그 자유로움이 부러워요. 그래서 저도 점점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나이를 먹을수록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고 말하는 박정서 작가는 앞으로도 ‘개구쟁이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이전보다 형태를 단순화하고, 한 줄의 선으로 생동감을 표현하는 새로운 시도를 구상 중이다. “지금은 눈, 입, 다리 같은 세밀한 부분까지 표현하지만, 앞으로는 한 선으로 동작과 감정을 담아보고 싶어요. 단순하지만 더 자유로운 표현이 될 거예요.”
박정서 작가 약력
경북대학교 조각 전공. 개인 초대전 5회1990년 신인작가전을 시작으로 경선섬야외조각전(상주/경천섬)
형상의 파장-설치작품전(영주/1480아트스퀘어)
경북아트페스티벌(Belgium / Love2 Arts Gallery)
한국·베트남미술교류전(베트남/호치민시립미술관)
열린세계대전(포항문화예술회관)
ART PLUS전(여주/여주세계미술관)
영·호남상생예술교류전(순천/문화예술회관)
작은조각정예작전(대구/동아전시관)
경북아트페어(대구/메트로 갤러리)
대구조각가 성형작전(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아트페어(대구/엑스코)
양동가설치미술제(상주/북천 강변)
뉴밀레니엄 코리아 토탈아트초대전(서울/동아갤러리)
인간·자연전(서울/운형문화미술관)
한국현대미술초대전(서울/서림미술관)
삼백예술공간전(서울/서남미술관·담갤러리)
일본·동경전(일본/루브르보타 갤러리)
조각초대공모전(대구/승아당갤러리)
청년화랑 오늘전/평면에서 입체까지(서울/백상갤러리) 등 360여 회 출품.
현) 한국미술협회, 한국조각가협회, 영구미술작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