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예성은 사회적기업 사이에서도 ‘꿈의 성적표’라 불리는 사회적가치지표(SVI) 측정에서 3년 연속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SVI는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직원을 얼마나 아끼며,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엄격한 성적표다.

(주)예성의 디자인팀 회의 모습
경기 불황 속에서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 137% 성장이라는 놀라운 경제적 성과와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주)예성. "사람이 곧 자산"이라 말하며 영주의 '백년소공인'을 꿈꾸는 그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주)예성 강점숙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주)예성 강점숙 대표
Q. 사회적가치지표(SVI) 측정에서 3년 연속 '우수' 등급을 달성하셨습니다. 단순히 매출만 높다고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닌데요. 이 '3년의 기록'이 예성에 어떤 의미인가요?
A. 사실 매해 연말이 되면 매출 장부보다 먼저 챙기는 것이 '우리 직원들의 마음'과 '이웃의 형편'입니다. 3년 연속 우수 등급은 저 혼자만의 성과가 아닙니다. '예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즉 '함께 성장하고 나누자'는 경영 철학에 직원들이 깊이 공감하고 몰입해 준 결과입니다. 이 상패는 우리에게 앞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더 큰 책임을 다하라는 무거운 격려이자,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단단한 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Q. 1990년부터 광고업계에 몸담으신 30년 베테랑이십니다. 기술 좋은 '간판 사장님'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더 어렵고 책임감이 따르는 '사회적기업'의 길을 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젊은 시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판공으로 시작해 기술 하나만 믿고 달렸습니다. 그러다 IMF라는 거대한 파도를 만났죠.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빈손이 되었을 때,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제 능력이 아니라 주변 이웃들의 따뜻한 도움과 지역사회의 손길이었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내가 받은 이 도움을 언젠가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 젊음을 무기로 재기하면서 다짐했죠. 내 기업은 단순히 이윤만 쫓는 곳이 아니라, 받은 만큼 지역에 환원하며 함께 살아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주)예성
Q. SVI 보고서를 보고 놀란 점이 '경제적 성과'입니다. 작년 대비 영업이익이 137%나 성장했습니다. 고가의 평판 커팅 장비를 도입하고 혁신을 멈추지 않으셨던데, 과감한 투자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A. 예성의 핵심 가치는 '믿음'과 '신뢰'입니다. 그런데 그 신뢰는 말로만 생기는 게 아닙니다. 최고의 품질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득과 실만 따졌다면 과감한 투자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공생'을 믿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최신 장비를 도입해 공정을 개선했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즐겁게, 안전하게 일하니 제품의 품질이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업무 성과가 따라오더군요. 결국, 사람과 품질에 대한 투자가 성장의 비결이었습니다.
Q. 직원 급여도 업계 평균보다 높고, 휴게 공간 하나하나까지 세심히 챙기신다고 들었습니다. 직원을 단순한 고용 관계가 아닌 '식구(食口)'로 대하시는 남다른 철학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A. 오히려 동종 업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게 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웃음) 제 지론은 간단합니다. '사람은 곧 인재(人材)다.' 기계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숙련된 기술과 회사를 아끼는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직원들은 제 부속품이 아니라, 예성의 미래를 함께 짊어지고 가는 소중한 동반자입니다. 그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이 대표인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입니다.
Q. 광고업계의 난제인 '폐현수막' 문제에도 진심이시더군요. 소각하는 대신 마대자루로 만들어 무료로 나누고, 비싼 친환경 잉크를 고집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현수막은 잠깐 쓰이고 버려지지만, 그 환경오염은 오래 남습니다. 골칫덩이인 폐현수막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걸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순 없을까?' 그래서 자투리 천과 폐현수막으로 낙엽 자루나 다용도 마대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친환경 잉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용은 더 들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해를 덜 끼칠 수 있다면 그것이 남는 장사라고 봅니다. 맑은 환경을 물려주는 것, 그것이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 아닐까요?
Q. 회사 밖에서도 정말 바쁘십니다. 여성기업인협의회, 새마을부녀회 활동에 집수리 봉사까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지역에 환원하고 계신데, 대표님께 '영주'는 어떤 의미인가요?
A. 빈털터리가 되어보니 알겠더군요. 희망이 없으면 남에게 내어줄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요.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영주라는 토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주는 제가 태어나 살고 있고, 생을 마감할 곳이며, 제 자식들이 살아갈 터전입니다. 거창한 환원이라기보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이 영주가 조금 더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힘을 보태는 것뿐입니다. 그게 제가 영주를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Q. '백년소공인'이라는 목표가 인상 깊습니다. 자녀분이 가업 승계를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후대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예성만의 DNA는 무엇인가요?
A. 단순히 회사를 물려주는 게 아니라 '정신'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제 딸과 직원들이 최근 옥외광고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전문성 없이 간판을 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제가 물려주고 싶은 건 딱 두 가지입니다.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작은 일에도 책임을 다하고, 일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직업인. 그런 '장인 정신'이 예성의 DNA로 영주 땅에 뿌리내리길 바랍니다.
Q. 끝으로, 먼 훗날 영주 시민들이 '(주)예성'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A. 거창한 수식어는 필요 없습니다. 그저 '예성이라면 믿을 수 있지', '참 책임감 있는 기업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서로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 이익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기업. 영주의 풍경 속에, 그리고 시민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이웃'이자 '신뢰받는 사회적기업'으로 오랫동안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매출 100억 원의 기업보다, 100년 동안 이웃 곁을 지키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주)예성. 사회적가치지표(SVI) '우수'라는 성적표는 그들이 걸어온,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올바른 길에 대한 세상의 화답일 것이다.
영주의 거리마다 걸린 예성의 간판들이 유독 밝게 빛나는 이유는, 그 안에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불이 켜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