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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9-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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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人영주] 세로토닌예술단 총감독 고석용 교수에게 영주 전통문화의 가치와 미래를 듣다

세로토닌예술단 총감독 고석용 신경주대학 교수

기사입력 2026-09-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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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자락이 포근히 감싸 안은 영주는 맑은 바람과 볕이 머무는 평온의 터전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스민 천 년의 지혜와 소수서원 선비의 정신은 오랜 세월 이 고장을 기품 있는 선비정신의 본향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런데 오늘날, 이 단아한 역사와 인문의 도시에 새로운 생명의 숨결이 약동하고 있다. 가슴을 뛰게 하는 역동적인 장단과 신명 나는 북소리가 소백의 산자락을 넘어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까지 뻗어나가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눈부신 여정의 싹을 틔운 것은 2007년 영주 영광중학교의 작은 모듬북 동아리였다. 방황하던 소년들의 손에 쥐어진 북채는 영주 명예시민인 이시형 박사의 세로토닌 치유 이론과 만나며 따스한 문화 운동으로 자라났다. 그리고 이 소중한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정통 예술의 품격과 기량으로 승화시켜 당당한 예인으로 길러낸 주인공이 바로 국악 타악 연희의 대가이자 신경주대학교 교수인 고석용 예술총감독이다.

 

 

북을 두드리며 삶의 희망을 찾던 영주의 청소년들은 고석용 교수의 애정어린 지도를 받으며 전통 연희와 탈춤, 풍물의 진정한 멋에 눈을 떴다. 대학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친 이들은 마침내 세계 최대의 무대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전석 매진이라는 기적 같은 결실을 맺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화려한 대도시의 유혹을 뒤로하고 다시 고향 영주로 돌아와 세로토닌예술단세로토닌 창작발전소를 세우며 지역의 아이들과 이웃들을 위해 예술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는 점이다.

 

영주라는 기름진 토양에서 싹튼 청년들의 꿈이 어떻게 세계의 심장을 두드렸는지, 그리고 제자들의 곁을 지키며 영주의 찬란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고석용 총감독의 예술적 궤적과 내일의 구상을 들어보았다.

 

Q. 영주 영광중학교 모듬북 동아리로 시작했던 학생들이 어엿한 전문 전통 예술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처음 제자들을 만나셨을 때의 모습과 지도하시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A.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은 그저 북을 치며 에너지를 발산하던 순수하고 조금은 거친 중·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습실에서 북채를 쥐고 땀을 뻘뻘 흘리는 아이들의 눈빛을 마주했을 때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맑고 깊은 눈빛 속에 숨길 수 없는 예술적 열정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반짝이고 있음을 보게 된거죠.

 

저는 단순히 북을 두드리는 기술만을 가르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 민족의 흥과 한이 녹아 있는 풍물, 탈춤, 사자놀이, 굿과 같은 전통 연희의 다채로운 숨결을 온전히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낯설고 까다로운 전통 장단의 호흡을 익히느라 손에 물집이 잡히고 터지기를 반복하면서도 단 한 번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철없던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무대 위에서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어엿한 예인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매 순간이, 스승으로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자 삶의 가장 소중한 보람이었습니다.

 

Q. 2025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습니다. 현지 관객들을 사로잡은 비결과 당시의 생생한 분위기를 들려주십시오.

A. 에든버러 어셈블리 록시(Assembly Roxy) 공연장의 250석 객석이 후반부에서는 거의 매회 빈틈없이 채워졌습니다. 조명이 잦아들고 태극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대북의 첫 울림이 공연장을 가르는 순간, 웅성거리던 관객들의 숨소리가 일제히 멎는 듯 느껴졌습니다.

 

관객들에게 우리 장단은 단순한 리듬을 넘어 가슴을 뒤흔드는 원초적인 생명의 고동으로 다가갔던 것입니다.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아 상모가 허공을 가르고 신명 나는 버나놀이가 펼쳐질 때는 객석 곳곳에서 탄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우리 가락이 품은 순수한 흥과 치유의 에너지는 세상 누구에게나 가슴 깊이 전달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영주의 정취를 품고 자란 우리 청년들의 북소리가 세계의 중심에서도 당당히 통할 수 있음을 확인한 가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Q. 대표작인 창작 타악극 The Land of Beat 장단의 땅은 대북부터 전령수춤, 비나리(소리)까지 볼거리가 매우 풍성합니다. 관객들이 꼭 눈여겨보았으면 하는 연출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A. 이 작품은 우리 장단이 생겨나고 사람의 숨결과 어우러지는 과정을 5장의 이야기 구조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가장 공을 들인 대목은 '웅장함과 유쾌한 해학의 조화'입니다. 초반에는 웅장한 대북의 울림과 대취타, 절도 있는 전통 무예가 어우러지며 한국의 웅혼한 기상을 장엄하게 펼쳐 보입니다. 그러다 중반을 넘어서면 분위기가 반전되어 재주 넘치는 버나놀이, 흥겨운 비나리(소리)가 어우러지며 무대와 객석의 벽을 허물어 버립니다.

 


단순히 먼발치에서 감상하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이 함께 숨 쉬고 어깨를 들썩이며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어울림의 장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무대 위 연주자들의 뜨거운 땀방울과 눈빛, 그리고 그것이 관객의 심장 박동과 하나로 이어지는 공감의 순간을 눈여겨봐 주셨으면 합니다.

 

Q. 청년 예술인들이 대도시로 떠나지 않고, 군 복무를 함께 마친 뒤 고향 영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어떤 조언과 격려를 해주셨습니까?

A. 요즘 많은 청년이 화려한 기회를 찾아 서울이나 대도시로 떠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자들에게 늘 '자신이 나고 자란 토양에 깊이 뿌리내린 나무가 가장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영주에서 처음 북을 배웠고, 공군군악대에 동반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칠 때까지 서로의 어깨를 지탱해 준 둘도 없는 벗들입니다. 저는 단원들에게 '너희가 자라난 고향 영주야말로 가장 독창적인 예술을 꽃피울 수 있는 기회의 뜰'이라는 믿음을 전했습니다.


 


단원들 역시 고향을 아끼는 마음이 깊어 영주로 돌아와 세로토닌예술단을 창단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청년 예술가들이 지역에 단단히 발을 딛고 창작의 숨결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지방 도시의 미래를 밝히는 가장 따뜻한 등불이라고 생각합니다.

 

Q. 북을 두드릴 때 생기는 '세로토닌 효과'와 마음을 다스리는 영주의 '선비정신'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을까요?

A. 흔히 선비문화라고 하면 조용히 책을 읽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정적인 모습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선비정신의 참된 본질은 자신을 바르게 닦고, 그 맑아진 마음으로 이웃과 공동체를 보듬는 따뜻한 실천에 있습니다.

 

북을 힘차게 두드리면 몸속에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와 불안이 씻겨 나가고 평온한 활력을 되찾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살아있는 마음 수양입니다.
 


영주의 선비정신이 마음을 맑게 다스리는 깊은 뿌리라면, 세로토닌 전통 타악은 그 뿌리에서 피어나는 싱그러운 꽃잎과 같습니다. 고요한 사색과 신명 나는 울림이 하나로 만날 때 영주는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가장 독보적인 '치유와 평안의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세로토닌예술단이 모교 등 학교를 찾아가 재능기부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선배가 후배를 이끄는 이러한 교육 활동을 지켜보실 때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A. 세로토닌 창작발전소를 일군 제자들이 모교인 영광중, 남산초는 물론이고 문화적 혜택이 닿기 어려운 농촌의 이산초등학교 등을 찾아가 '성장한 우리!'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객석에서 설레는 눈빛으로 북을 바라보던 소년들이 이제는 어엿한 예술가가 되어 어린 후배들에게 꿈의 날개를 달아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최근 ()세로토닌문화와 영주시, 교육지원청이 뜻을 모아 지역 23개 기관에 250개의 모듬북을 전한 일 역시 참으로 뜻깊은 결실입니다.

 

내가 받은 따뜻한 사랑을 잊지 않고 고향 후배들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이 아름다운 선순환이야말로 영주의 문화예술을 마르지 않게 하는 가장 순수한 샘물입니다.

 

Q. 부석사, 소수서원, 영주사과와 풍기인삼 등 영주의 풍부한 이야기와 특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창작 공연 계획도 있으신가요?

A. 영주는 창작자에게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보물창고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부석사에 서린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애틋한 설화, 소수서원이 품은 학문의 향기, 그리고 영주사과와 풍기인삼처럼 친근한 지역의 특산물 등 무궁무진합니다.

 

이미 영주사과를 테마로 한 가족극이 많은 시민에게 따뜻한 공감을 얻었던 것처럼, 저희는 영주의 역사 설화와 명물들을 현대적인 감각의 타악 퍼포먼스와 마당놀이로 엮어내는 작업을 차분히 구상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웃음과 감동을 나누며 즐길 수 있으면서도, 막이 내리면 우리 영주에 대한 그윽한 자부심이 가슴에 남는 '영주만의 대표 명품 공연'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Q. 서천 강바람놀이터나 야외무대처럼 시민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연도 준비하고 계신지요?

A. 예술은 결코 높은 벽장 속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서천둔치 강바람놀이터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던 연희마당처럼, 주민들이 저녁 산책길에 편안하게 다가와 어우러질 수 있는 무대야말로 진정 살아있는 예술입니다.

 

앞으로도 영주의 수려한 자연 풍경과 도심 공원, 정겨운 전통시장 등 시민들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찾아가는 열린 마당을 자주 펼칠 생각입니다.

 

아이들은 흙마당에서 사자춤을 따라 뛰놀고, 어르신들은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추임새를 건네는 정다운 풍경이 영주의 일상 속에 조용하게 스며드는 친근한 무대를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Q. 세로토닌예술단이 영주를 대표하는 문화 예술단으로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 영주시와 시민들의 어떤 응원이 필요할까요?

A. 가장 절실한 것은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 오롯이 창작과 연습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인 둥지입니다. 타악과 전통연희는 소리의 울림이 크고 역동적이어서 마음껏 북을 치며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전용 연습 공간과 지속적인 활동 기반이 필요합니다.

 

영주시와 시의회, 교육기관에서 청년 예술가들을 지역의 소중한 인재로 아껴주시고 제도적인 배려와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신다면 더없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주 시민 여러분의 다정한 눈빛과 아낌없는 손뼉이 청년들을 춤추게 합니다. '우리 영주의 청년들이 참 대견하다'는 따스한 격려로 든든한 바람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Q. 단원들은 "앞으로 10, 20년 뒤 영주 문화를 빛내고 싶다"고 말합니다. 교수님 개인적인 예술 활동과 연구 계획, 그리고 마음속에 그리는 영주 전통문화의 미래 모습은 무엇입니까?

A. 개인적으로는 중요무형문화재인 고성오광대와 남해안별신굿의 이수자이자 연희 연구자로서, 우리 전통 굿과 탈춤에 깃든 원초적인 생명력을 현대적인 무대 언어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신작 타악 작품을 완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학문적으로도 전통 타악의 리듬이 사람의 정서 안정과 뇌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기전을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립하여 후학들을 양성하는 일에 힘을 쏟고자 합니다.
 


특히 영주를 마음에 품은 저의 오랜 꿈이 하나 있습니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영주로 찾아와 한국 전통 장단의 깊은 호흡을 배우고 서로의 예술을 교류하는 '영주 전통연희 창작 레지던시 및 마스터클래스'를 일구는 것입니다. 제가 평생 쌓아온 예술적 경험과 인연들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영주를 명실상부한 전통예술 창작의 중심지로 가꾸어내는 것이 예술가로서의 제 소망입니다.

 

그리고 영주의 미래에 대해서는, 10, 20년 뒤 '한국의 진짜 신명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울림을 만나고 싶다면 영주로 가라'는 말이 세계인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영주의 아이들이 고향의 품에서 자유롭게 예술의 꿈을 키우고, 그 청년들이 자라나 다시 영주를 풍요롭게 채우는 아름다운 문화 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기억 속에만 머무는 영주가 아니라, 오늘의 청년들이 뛰놀고 내일의 아이들이 행복한 활기찬 문화 도시 영주를 가꾸는 일에 열정을 쏟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고석용 총감독의 표정에는 제자들을 향한 애틋한 사랑과 영주를 향한 깊은 신뢰, 그리고 예술가로서 묵묵히 걸어가는 단단한 소명의식이 배어 있었다. 그에게 예술이란 높은 무대 위의 화려한 유희가 아니라, 지친 마음의 그늘을 걷어내고 사람과 사람의 손을 이어주는 따스한 햇살이었다.

 

지방의 작은 도시마다 청년들이 떠나가고 희망의 온도가 낮아지는 안타까운 시대라고들 한다. 그러나 영주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어린 후배들의 꿈을 보듬는 청년 예인들이 있고, 그들의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며 평생의 예술혼을 영주에 심고 있는 참된 스승이 있다.

 

에든버러의 여름을 달구었던 그 푸른 북소리는 이제 소백산의 맑은 바람을 타고 영주의 학교 교정으로, 푸른 강변으로, 시민들의 일상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고석용 총감독과 세로토닌예술단이 함께 빚어내는 장단은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영주가 활짝 열어젖힐 가장 찬란한 봄날을 향해 힘차게 울리는 희망의 맥박이 될 것이다.

 

더영주 김소영 기자 (iybc365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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