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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사과 맛있지만 광고 안 합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뒤흔든 봉화의 유쾌한 반란

봉화군 농업기술센터 김수성 주무관을 만나다

기사입력 2026-08-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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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린 봉화사과 광고(사진제공 김수성 주무관)


화려한 네온사인과 전 세계 거대 자본이 쉼 없이 교차하는 미국 뉴욕의 심장부, 타임스스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화려한 이 전광판 거리에 얼마 전 낯설고도 선명한 한글 문장 하나가 걸렸다.

"봉화사과 맛있지만 광고 안 합니다."

대기업의 세련된 영상들 사이에서 투박한 단색 배경에 글자만 오롯이 박힌 이 역설적인 15초짜리 광고는 삽시간에 국경을 넘어 대한민국 온라인을 뒤흔들었다. AI로 합성한 가짜 영상이 아니냐는 의심부터, 지자체 세금 낭비가 아니냐는 섣부른 오해까지 불러일으킨 이 도발적인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봉화군 농업기술센터의 만 27세 청년, 김수성 주무관이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린 봉화사과 광고를 찍은 영상


기존의 틀에 박힌 행정 홍보 방식을 깨부수고, 단돈 329,000원의 사비를 들여 봉화라는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킨 청년. 정형화된 공직 사회의 벽을 유쾌한 상상력과 진심으로 허물어가고 있는 그를 만나, 소멸 위기의 지방 소도시에서 피워낸 유쾌한 반란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봉화사과 광고를 띄운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 속에 담긴 절박함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사실 지자체 홍보는 예산이 적지 않게 들어갑니다. 매년 억 단위의 예산을 들여 대도시 옥외 전광판이나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광고를 내보내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하루 종일 쏟아지는 화려한 광고들 틈에서 눈에 남는 지자체 광고는 거의 없습니다. 잘 만든 광고일수록 역설적으로 더 기억에 남지 않죠.

 

영주나 봉화 같은 지방 소도시는 지금 대도시의 시선에서 보면 거의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100명 중 단 한 명에게도 가닿지 못합니다. 100명 중 25명에게 비판을 듣더라도, 75명의 뇌리에 '봉화'를 남길 수 있다면 시도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어릴 적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이 떠올랐고, 개인 이벤트용 구좌를 활용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전 세계적인 상징성을 가져올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가 뉴욕에 사과를 수출하지 않더라도, '타임스스퀘어에 걸린 봉화사과'라는 역발상 자체가 국내 온라인 공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거라 확신했습니다."

 

Q. 해외 광고임에도 한글로, 그것도 "맛있지만 광고 안 합니다"라는 역설적인 카피를 쓰신 의도가 무엇이었나요?

A. "수천만 원짜리 영상 제작비를 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면 가장 단순한 텍스트로 시선을 잡아야 했습니다. 15초라는 짧은 찰나에 시선을 뺏으려면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오잉?' 하는 순간이 필요했죠. 대놓고 돈을 쓴 전광판에서 '광고를 안 한다'고 말하는 모순, 하지만 '맛있다'는 본질은 슬쩍 흘리는 역설을 던진 겁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게 대체 뭐지?', '봉화가 어디야?' 하고 피식 웃으며 한 번이라도 더 검색해보게 만드는 것, 그 호기심을 유도하는 게 카피의 진짜 목표였습니다."

 

Q. 광고비 329,000원을 군 예산이 아닌 '사비'로 직접 결제하셨습니다. 공적인 업무를 사비로 진행하기까지 망설임은 없었는지요.

A. "결제할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공무원으로서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도 있었습니다. 봉화사과는 현재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지 않고 내수 시장이 중심입니다. 여기에 세금을 투입해 미국 광고를 집행하겠다고 품의를 올리면 타당성도 부족할뿐더러, 성과가 나든 안 나든 '혈세 낭비'라는 민원의 벽에 부딪히기 십상입니다.

'내 돈으로 직접 집행하고 결과의 책임도 내가 온전히 진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일을 벌이기 전에 결재 라인을 거치며 아이디어가 깎여나가는 대신, 과장님께 '결과는 제가 다 책임질 테니 믿고 맡겨달라'고 말씀드리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Q. 지금 전국에 봉화군이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공개 직후 체감한 반응과 성과는 어느 정도였습니까?

A. "처음 올린 날 저녁까지만 해도 작은 매체에 짤막하게 소개되는 정도였는데, 다음 날 아침 9시 출근길부터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렸습니다.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 취재 요청이 줄을 이었고, 부산의 대형 전광판 업체에서 무료 송출 협업을 제안하거나 대형 유통사에서 미팅 요청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항상 일주일 뒤의 '하락'을 준비합니다. 반응이 뜨거울수록 들뜨지 않고 다음을 준비해야 하죠. 비록 100명이 다 좋아해 주지 않더라도, 봉화라는 이름조차 몰랐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봉화'를 각인시켰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Q. 직접 기획하고 운영 중인 캐릭터 '봉숭이 주무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구상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입니다. 사람들은 지자체 SNS에서 딱딱한 행정 정보를 얻으려고 하지 않거든요. 재미로 릴스를 넘겨보다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합니다.

많은 지자체가 수천만 원을 들여 캐릭터를 만들지만, 정작 그 캐릭터에 '인격과 서사'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봉숭이는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봉화사과'라는 말장난에서 착안해 만든 원숭이 캐릭터인데, 머리 위에 사과나 수박을 갈아 끼울 수 있게 영주의 아는 디자이너 분께 부탁해 예산 0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완벽하고 바른 공무원이 아니라, 갓 입사해 놀기 좋아하고 빈틈도 많은 '인간적인 공무원'의 인격을 부여했죠. 그림판으로 쓱쓱 그린 친근한 B급 감성에 공직의 엄숙함을 덜어내니 대중들이 비로소 친구처럼 반응해주셨습니다."

 

주무관 봉숭이 굿즈세트


Q. 예산 없이 B급 감성으로 운영하시는 인스타그램 봉화군 봉숭이주무관이 궁금합니다.

A. 계정의 핵심 철학은 첫째도 둘째도 재미입니다.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보다 시간 때우기와 즐거움을 위해 릴스를 봅니다. 그래서 행정 정보를 억지로 끼워 넣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놀기 좋아하고 빈틈 많은 신규 공무원이라는 인격체를 부여해 그림판과 말풍선 위주의 친근한 B급 감성으로 풀었습니다.

수천만 원씩 들여 기프티콘을 뿌리는 식의 겉보기용 팔로워 늘리기 이벤트도 일절 하지 않습니다. 대신 맞팔로우를 저의 세계관 속 부캐릭터와 은어 2행시’ 1등 당첨자 단 2명으로만 유지하는 등 소소하고 엉뚱한 재미로 호기심을 유도했죠. 이 작업은 제가 자발적으로 만든 추가 업무입니다. 본업에 지장을 주거나 민원이 생기지 않도록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밤에 집에서 개인 시간을 쪼개어 즐겁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주무관 봉숭이 캐릭터 키링


Q. 정형화되고 보수적인 공직 사회 안에서 20대 청년 공무원이 이런 파격을 시도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시선이나 부담도 있었을 텐데요.

A. "민원에 대한 긴장감은 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본래 업무를 완벽히 해두고, SNS 콘텐츠는 퇴근 후 밤이나 점심시간에 초과근무 수당도 달지 않고 제 개인 시간에 만듭니다.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누구도 제 도전을 흔들 수 없으니까요.

주변의 시선이나 악플에 일일이 흔들리면 아무 일도 벌이지 못합니다. 인생은 한 번뿐인데, 남의 시선에 갇혀 머뭇거리기엔 시간이 아깝잖아요. 실패하면 반성해서 다음 일의 거름으로 쓰면 그만이라는 담담한 태도로 임하고 있습니다."

 

Q. 경주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가 고향인 봉화로 돌아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받은 장학금을 기억해 지금까지 600만 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하셨습니다. 고향 봉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A. "경주는 주말이면 톨게이트 밖까지 차가 늘어설 정도로 이미 관광 자원이 풍부한 곳입니다. 반면 제 고향 봉화는 가만히 있으면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죠. 그래서 제가 가진 역량을 고향에서 펼쳤을 때 훨씬 더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봉화군장학재단에서 받았던 100만 원의 장학금은 제게 큰 버팀목이었습니다. 지금 형편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시골 지역 후배들에게 제가 받은 온기를 돌려주는 건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던 당연한 빚이자 약속이었습니다.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제가 나고 자란 지역사회에 작은 씨앗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Q.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의 시대, 앞으로 지방 소도시가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이제는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억지로 그래프를 되돌리려 하기보다, 머무는 사람들과 오가는 '생활 인구'를 어떻게 끌어당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느 지자체에나 있는 출렁다리나 케이블카를 똑같이 따라 짓는 하드웨어 경쟁은 끝났습니다. 관건은 '콘텐츠'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산꼭대기 험지에 있는 카페라도 매력적인 콘텐츠와 사진 한 장의 가치가 있다면 30분을 걸어서라도 찾아갑니다. 거리의 멀고 가까움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정된 자원이라도 얼마나 참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내느냐에 지역의 명운이 걸려 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김수성 주무관이 가장 많이 뱉은 단어는 '재미''책임'이었다. 스스로 즐기지 못하는 일에는 영혼이 담길 수 없고,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파격은 공허한 치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물일곱의 청년 공무원은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소멸의 위기 앞에 선 지방 소도시에 지금 필요한 것은 수십억 원짜리 거대한 조형물이 아니라, 기존의 관성을 거침없이 깨뜨리는 이러한 유쾌한 반란일지도 모른다. 봉화의 차가운 밤공기와 높은 일교차를 견뎌내며 가장 단단하고 달콤하게 여무는 봉화사과처럼,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새로운 길을 내고 있는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더영주 김소영 기자 (iybc365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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